
트래디션 퀀텀 레트로그레이드
by Jeffrey S. Kingston
수십 년 동안 활약한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로드니 데인저필드(Rodney Dangerfield)의 유행어가 있습니다. “나는 존중받지 못해, 항상 푸대접이야.” 어쩌면 시계의 날짜 컴플리케이션도 이와 비슷한 상황인지 모릅니다. 거의 모든 타임피스 제작에서 무브먼트 다이얼 측면에 위치한 링에 프린트된 날짜를 표시하는 작은 창을 더하는 것이나 클래식한 날짜 핸드를 추가하는 것은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져 대개의 워치메이커들이 “쁘띠 컴플리케이션”이라 부를 법한 범주로 분류되었습니다. 유용한 기능인 것은 분명하지만 워치메이킹의 대단한 업적으로 간주되지는 않습니다. 존중받지 못하는, 바로 그런 기능입니다.
하지만 모든 날짜 컴플리케이션을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곤란합니다. 브레게 트래디션 컬렉션의 경우 회전 링이나 기존 날짜 핸드의 일반적인 구현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날짜 인디케이터 장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구조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브레게의 워치메이커들은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트래디션 컬렉션의 레이아웃 및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는 날짜 디스플레이를 통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고,다른 하나는 오프 센터 다이얼 아래의 제한된 공간에 메커니즘을 통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트래디션 워치의 구조는 브레게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가 1806년 10월 2일, 유명한 수력공학자 어거스틴 데 베탄코트(Augustin de Bétancourt)에게 전달한 포켓 워치(No.960)를 떠올리게 합니다. 메인 플레이트 중심에 위치한 와인딩 배럴, 스몰 오프 센터 기요셰 다이얼에 표시되는 시간, 밸런스 휠에서 구동되는 기어 트레인과 배럴 아래 우아한 호를 그리며 이어지는 이스케이프먼트, 브릿지 형태, 파라슈트 충격 흡수 시스템까지 역사적인 시계와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뛰어난 가독성을 보장하되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이 레이아웃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날짜를 추가해야 했습니다.
수 개월간 여러 대안을 고민한 무브먼트 디자이너들은 무브먼트 하단 가장자리를 따라 31일의 번호가 매겨진 밴드를 배치하고 밴드 위에 핸드로 날짜를 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핸드는 한달 동안 매일 앞으로 전진하다가 '31'에 도달하면 빠르게 ‘1’로 돌아가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을 워치메이커 용어로 ‘레트로그레이드(retrograde)’라고 합니다.
브레게는 트래디션 모델의 날짜 컴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트래디션 특유의 오픈형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는 인디케이터를 통합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과제는 다이얼 아래의 제한된 공간 안에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포켓 워치 NO. 960

포켓 워치 NO. 960
브레게 트래디션 컬렉션은 1802년 10월 2일, 유명한 수력공학자 어거스틴 데 베탄코트(Augustin de Bétancourt)에게 전달한 포켓 워치 No. 960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역사적인 타임피스를 살펴보면, 중앙 와인딩 배럴, 12시 방향에 위치한 다이얼, 배럴에서 직접 구동되는 핸즈, 4시에서 8시 방향으로 우아하게 호를 그리는 밸런스 휠과 중간 휠의 곡선, 파라슈트 충격 흡수 시스템, 주요 브리지의 형태에서 현재 타임피스와의 연결 고리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두 개의 무브먼트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 구조는 2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두 시계를 하나로 이어줍니다.
날짜 표시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무브먼트에 통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레트로그레이드 날짜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구조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메커니즘은 일반적으로 무브먼트의 메인 플레이트 위에 위치한 분리된 플레이트 위에 장착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트래디션의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습니다. 컬렉션 DNA의 핵심이 되는 무브먼트의 핵심 요소가 가려져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복잡한 레트로그레이드 시스템을 무브먼트에 통합하되 시스템이 여타의 무브먼트 부품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중요한 과제란 다시 말해서 18.5mm 크기의 작은 오프센터 기요셰 다이얼 아래에 전체 메커니즘을 배치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다이얼 아래 배치된 일반적인 회전 디스크 또는 360도 이상 회전하는 날짜 핸드와 비교해 보면 레트로그레이드 날짜 시스템이 지닌 특징을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회전 디스크와 종래의 회전 핸드는 모두 24시간 휠과 31개의 톱니를 맞물리게 하는 수단만 있으면 매일 자정에 인디케이터를 앞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레트로그레이드 날짜는 360도 회전하는 31개 톱니바퀴의 회전을 더 작은 각도의 호 위의 움직임으로 변환해야 합니다. 또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을 추가하여 핸드 이동이 끝난 후 시작 위치인 '1'로 되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정을 지나 시간이 뒤로 조정될 경우, 디자인에 보호 메커니즘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레트로그레이드 날짜 메커니즘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구조이며, 특히 별도의 플레이트에 구현되지 않은 경우 더욱 복잡합니다.

Up:
Die Tradition Quantième Rétrograde 7597 in Weißgold.
모든 날짜 컴플리케이션과 마찬가지로 트래디션 워치의 날짜 시스템 또한 24시간 휠(B)로 구동됩니다. 이 경우 해당 휠은 메인스프링 배럴에 직접 연결된 휠(A)로 구동됩니다. 24시간 휠에는 유연한 나선형(C) 구조가 견고하게 부착되어 있으며 그 끝에 핑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자정이 되면 24시간 휠과 함께 회전하는 핑거가 중간 휠(D)과 맞물리며 톱니 날의 한 칸씩 회전합니다. 핑거가 장착된 유연한 나선형 구조의 디자인은 세심하게 계획된 것입니다. 자정을 거슬러 시간을 뒤로 조정한다면, 핑거의 형태와 유연성 덕분에 날짜 시스템의 다른 요소를 방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고 남은 날짜 시스템을 지나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핑거의 모양은 어느 위치에서든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중력에 의해 핑거가 톱니에서 떨어질 수 있는 위치에서조차 기능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중간 휠은 31개의 톱니바퀴(E)와 맞물립니다. 중간 휠이 한 칸씩 전진하면 31개의 톱니바퀴도 마찬가지로 한 칸씩 이동하는데, 이 한 칸이 바로 하루에 해당합니다. 휠을 제자리에 고정하는 핑거를 갖춘 작은 스프링(N)이 장착되어 있어 휠이 앞으로 이동할 때마다 위치가 유지됩니다.
그러나 31개의 톱니가 한 칸씩 이동하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스템은 간단한 날짜 핸드를 휠에 직접 부착하는 방법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날짜 시스템의 중심이 31개의 톱니바퀴이고 그 톱니바퀴가 주어진 기간 동안 360도로 회전하며, 날짜 인디케이터도 360도의 원 위에 표시되는 경우에는 바퀴의 회전과 인디케이터의 대응이 일치합니다. 즉, 변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레트로그레이드 시스템에서는 31일이 360도 전체에 걸쳐서 배열되지 않고 153도의 호에 배열되기 때문에 전체 원의 회전은 더 작은 호로 변환되어야 합니다. 이 변환을 위해 브레게는 31개의 톱니바퀴에 견고하게 부착된 스네일 캠(F)을 장착했으며, 이 캠에는 31개의 둥근 스텝이 있고, 끝부분은 날카롭게 떨어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네일 캠은 편심 스크류(H)로 위치 조정이 가능한 핑거를 갖춘 레이크 기어(G)와 맞물려 있으며, 이 레이크 기어는 날짜 핸드(J)에 부착된 기어(I)와 연결됩니다. 31개의 톱니바퀴가 앞으로 이동할 때마다 견고하게 부착된 스네일 캠이 회전합니다. 스네일 캠과 접촉하고 있는 핑거가 약간 이동하면 레이크 기어를 통해 날짜 핸드를 이동시킵니다.
스네일 캠과 이를 따라 움직이는 핑거의 연결은 이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브레게는 31개의 톱니바퀴와 캠이 움직일 때마다 날짜를 정확하게 중앙에 맞출 수 있도록 핑거 팁에 조정 가능한 편심 스크류(H)를 장착했습니다. 워치메이커가 시계를 조립할 때 캠과 핑거의 맞물림을 미세하게 조정하여 매일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브레게는 이 조정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360도 회전을 기준으로 제작되는 일반적인 날짜 표시와는 달리 트래디션 레트로그레이트 날짜 시스템은 153도의 호를 기준으로 합니다. 레트로그레이드 시스템은 이에 맞춰 설계되었습니다.
1일부터 31일까지 앞으로 이동
A 메인스프링 배럴에 직접 연결된 휠
B 24시간 휠
C 핑거가 장착된 유연한 나선형 구조 (24시간 휠에 부착)
D 중간 휠
E 31개의 톱니바퀴
F 스네일 캠(31개의 톱니바퀴에 견고하게 부착)
G 조정 가능한 핑거를 갖춘 레이크 기어
H 편심 스크류(조정 가능, 레이크 기어로 위치 조정)
I 날짜 핸드에 부착된 기어
J 날짜 핸드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1일부터 31일까지 날짜가 앞으로 이동하는 데에 관여하는 요소들이었습니다. 31일에서 1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추가 구성 요소가 필요합니다. 날짜 핸드 기어에 두 번째 레이크(K)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날짜가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이 레이크가 조금씩 회전합니다. 메인 플레이트 뒷면에서 매일 회전하는 두 번째 레이크는 매우 미세한 블레이드 스프링(L)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31’일이 지나면 몇 가지 과정이 이어집니다. 먼저 31개의 톱니바퀴에 부착된 스네일 캠(F)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핑거(G)가 캠의 날카롭게 떨어지는 부분, 즉 드롭오프 부분과 만나게 됩니다. 드롭오프는 31일 동안 장력을 축적한 블레이드 스프링(L)의 힘을 받아 핑거가 전진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핑거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날짜 핸드가 뒤로 회전하여 ‘31’에서 ‘1’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이 스프링에는 또 다른 용도가 있습니다. 이 스프링은 레이크와 스네일 캠이 계속해서 접촉하도록 하여 톱니 홈 안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날짜 핸드의 움직임을 방지합니다.
날짜 핸드 자체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시계 중심에서 핸드가 회전할 수 있도록, 배럴의 아버는 핸드 축을 장착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피봇 포인트가 다이얼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버의 형태는 위쪽으로 약간 올라오는 형태로 제작되어 날짜를 표시하는 호의 높이에 맞추었습니다.
31일부터 1일까지 되돌리기
K 두 번째 레이크(날짜 핸드 기어에 연결)
L 블레이드 스프링(두 번째 레이크에 장착)
N 날짜 변경 시 31개의 톱니바퀴를 제자리에
M 고정하는 작은 스프링(N)과 핑거(M).
O 빠른 수동 조정



Right:
로터의 형태는 브레게의 유서 깊은 ‘퍼페추얼’ 포켓 워치를 연상시킵니다.
Up:
로터의 형태는 브레게의 유서 깊은 ‘퍼페추얼’ 포켓 워치를 연상시킵니다.

Tradition Quantième Rétrograde 7597
Tradition en or blanc 18 carats avec quantième rétrograde. Mouvement à remontage automatique. Spiral Breguet en silicium. Cadran excentré en or argenté guilloché à la main. Étanche à 3 bar (30 m). Diamètre : 40 mm.
이 구조에는 또 하나의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바로 날짜 핸드 자체입니다. 핸드의 균형을 가장 조화롭게 배열하는 방법은 핸드가 시계 중심에서 회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간단해 보이는 개념이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했습니다. 트래디션 워치의 디자인은 무브먼트의 중심에 배럴이 있습니다. 즉, 중앙 아버가 날짜 핸드 축의 원하는 곳에 정확히 위치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워치메이커들이 찾은 해법은 배럴 아버의 속을 비워 날짜 핸드 축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날짜 핸드 축의 상단 끝부분이 다이얼 아래 숨겨진 브릿지의 루비 피봇 안에 장착되어 있습니다. 날짜 핸드는 무브먼트의 양쪽 브릿지와 밸런스 휠 위를 지나가야 하므로 중앙에서 제거된 부분의 위로 올라간 형태가 됩니다. 이러한 형태를 구현하려면 복잡한 제작 프로세스를 거쳐 정확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날짜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 디자인 요소가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바로 빠른 수동 조정(O)입니다. 브레게는 시계의 10시 방향에 푸셔를 장착했으며, 스크류 다운 가드로 의도치 않은 시계의 작동을 방지합니다.

새로운 트래디션은 트래디션 오토매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이 두 워치는 주요 부품 구조와 역사적인 퍼페추얼(perpétuelle) 시계의 로터에서 영감을 얻은 와인딩 로터의 형태를 공유합니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포켓 워치 No.160 마리 앙투아네트를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케이스 직경도 40mm로 동일하며, 파워리저브도 50시간으로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의 경우 차이가 있습니다. 새로운 버전은 글래스 박스 스타일을 적용하고 크리스탈 측면을 약간 높여 무브먼트에 더 많은 빛이 투과되기 때문에 내부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은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됩니다. 로듐 도금 솔리드 골드 기요셰 다이얼을 갖춘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버전, 날짜 밴드와 동일한 색상의 블루 코팅이 적용된 골드 기요셰 다이얼로 트래디션 라인업에 블루 컬러를 도입한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